한국과 미국의 국뽕의 맛은 다르다.
너무나도 유명한 톰행크스 주연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입니다. 전쟁으로 참전하게 된 삼 형제가 막내만 제외하고 모두 전사하자 막내 라이언을 미국으로 돌려보내라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입니다. 전쟁 중에 전사한 것이 무엇이 문제일까요? 지나칠 정도의 배려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전쟁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주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전쟁은 죽음이 흔하고 죽음은 인간이 가지는 원초적 공포심에 기초합니다. 우리는 그 죽음이라는 공포를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극복해 낸다는 것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느낍니다. 그것이 감동이 되는 것입니다.
다만 나라들 마다 희생을 다루는 방식에서 차이가 생깁니다. 이건 어느정도 그 나라의 군대가 무엇을 최우선시해서 군인들을 대하는지에 따라서 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나라가 존재하는 한 너의 희생은 기억되고 보상될 것이다.'라는 기조를 유지합니다. 부상자나 전사자를 끝까지 찾아 나서는 건 유명한 사실입니다. 실제로 국인들에 대한 미국 사회에서의 인정과 배려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못합니다. 아직도 발굴되지 못한 전사자들이 전국에 깔려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건 과거 양 나라 간의 국력 차이 때문이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론은 미국의 영화는 전쟁을 다룰 때, '국가를 위한 너의 희생에 국가는 최선을 다해 보상해주겠다.' 이고, 한국의 영화가 다루는 전쟁은 '국가를 위했던 너의 희생에 감사한다. 이제는 한국도 많이 컸으니 너의 희생을 기억하고 찾아보겠다.'라는 기조를 보입니다. 방향은 같지만 한국이 비교적 늦게 쫓아가는 형국입니다.
전쟁영화는 이렇게 만드는 거다.
전쟁영화를 다룰 때 절대로 빼놓지 않고 다뤄지는 영화가 바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 입니다. 영화 초반에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다루는데 그 스케일과 연출은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지금 봐도 손색이 없는 구성입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해안가에 쓰러져 가는 수많은 군인들. 이미 피로 물든 해안 가의 파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들. 관객은 마치 자신이 전장에 나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엄청난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는 전반적으로 전쟁의 분위기며 박진감, 공포심을 적절하게 잘 유지시켜 나갑니다.
이후에도 이전에도 여러 영화들이 전쟁을 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만 이 영화만큼 완벽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영화는 없었습니다. 이 후에 나온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같은 제작진이라는 점에서 완성도는 기대해도 좋습니다. 또한 나오는 캐릭터나 에피소드들이 모두 실제 있었던 전투를 바탕으로 하기에 어찌 보면 이 영화보다 더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최근에 나온 '마스터스 오브 더 에어'도 같은 분위기의 고자본이 투자된 시리즈입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고자본의 전쟁을 다룬 영화나 시리즈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의 전쟁을 다룬 영화들은 아직 어설픈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발전이 있습니다. 역시 자본엔 이길 장사가 없는 듯합니다. '잘 보라고! 이렇게 만들어야 전쟁을 다룬 영화를 찍을 자격이 있는 거라고!'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 영화가 전쟁을 얼마나 잘 구현해 냈는지는 여러 사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 참전용사의 "그때와 다른 건 냄새뿐이었다."는 인터뷰는 매우 유명합니다. 또한 이 영화가 개봉한 후 2주 동안 PTSD를 호소하는 참전용사들의 전화가 100통 이상 걸려왔는데 이는 1997년 내내 받은 PTSD 호소 환자 수보다 많은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