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제목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어바웃 타임'을 번역하면 '시간에 대하여'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생에서 시간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서 만약 시간을 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영화입니다. 주인공 팀은 성인이 되던 해, 아버지로부터 가족 대대로 이어져 오는 특별한 능력에 대해 듣게 됩니다. 팀의 가족은 대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죠. 다른 영화에서와 다르게 이 능력에 대해서 설명하는 아버지의 태도는 아주 사소한 문제에 대해 털어놓는 듯합니다.
" 사실 우리 조상 중에 흑인이 있어서 너나 나의 머리가 꼽슬이란다."
같은 것 말입니다.
"우리 가족은 원하는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단다. 그냥 생각만 하면 돼.""
이런 사실을 이렇게 담담하게 풀어놓는 것이 이 영화가 인생이란 것을 바라보는 관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생은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호들갑 떨며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능력으로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팀은 런던으로 이사 후 변호사의 삶을 살아갑니다. 메리라는 여자를 만난 것은 뮤지컬을 본 후 들른 이색 카페에서 입니다. 온통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카페 안에서 서로 대화 만으로 남녀는 서로를 알아갑니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런 건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페에서 나와 여자를 마주한 순간 팀은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오디션을 망친 그의 친구를 위해 오디션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게 되고, 그녀와의 인연은 끊어집니다. 하지만 팀은 메리를 잊을 수 없었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게 팀은 메리를 다시 만나고 전화번호를 받는데 까지 성공합니다. 가끔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으로 그녀의 환심을 사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다시 그의 동생 키트캣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다시 한번 팀은 시간의 뒤로 돌리고, 메리와의 만남은 다시 한번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팀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다시 인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결국 팀은 메리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팀과 메리 사이에 아이가 태어납니다. 이 와 동시에 키트캣이 입원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팀은 키트캣을 위해 시간을 되돌리지만 다시 돌아왔을 땐 자신의 아이가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렇게 관계없을 것 같은 사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인생을 만들어 가는 걸 겁니다.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됩니다. 팀은 시간을 되돌리고 그와 마지막 추억을 만듭니다. 하지만 팀도 아버지도 결국엔 아버지의 죽음을 멈출 수도 멈춰서도 안된다는 걸 압니다. 둘 은 그렇게 담담하게 이야기를 마치고 팀은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팀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보다 현재의 가족들과 사랑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관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시간이란 건 행복으로 가득 채우기에도 바쁜 것입니다.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다.
로맨스 영화의 여주인공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메리 역할을 한 레이철 맥아담스라는 여배우 자체의 매력도 분명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도 따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녀의 깊은 눈빛, 새침한 표정, 입을 벌려 크게 웃는 행복한 미소까지. 이 자체로도 관객은 그녀와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쟁취하고 싶은 사랑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매력적입니다. '러브액츄얼리'의 감독 리처드 커티스는 인물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굉장한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들 중 매력적이 않은 인물을 찾을 수 없습니다. 팀의 멘토 아버지, 통생 키트캣, 친구 해리 등의 인물들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주인공과의 캐미도 환상에 가깝습니다. 특히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는 눈물이 찔끔 날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배우들에 관한 후일담
레이철 맥아담스가 매력적이긴 한가 봅니다. 특히 시간여행을 하는 사람들 입장이라면 더욱. 이 영화가 레이철 맥아담스가 시간여행자의 아내 역을 맡은 3번째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언제 봐도 흐뭇해지는 미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78년생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슴 설레게 하는 매력을 지닌 배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영화 당시엔 34세이지만 대여섯 살은 그냥 먹고 들어가는 맥아담스이니 말할 것도 없었을 것입니다.
팀 역할을 맡은 도널 글리슨은 아일랜드 출신으로 전형적인 영국 평범한 남자의 인상을 가졌습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훌륭히 소화해 내는 배우입니다. 이 영화에서 처음 본 배우인데 이후에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보면 무슨 역할이든 잘 소화해 내는 멋진 배우입니다.
아버지 역을 맡은 빌 나이는 영국 출신으로 이미 여러 영화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인물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전작 '러브액츄얼리'를 통해서 많이 알려진 배우입니다. 그의 담담한 말투와 표정연기 등은 우리의 평범한 아버지상을 표현하기에 매우 적절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마지막 아들과의 대화는 누구라도 같고 싶은 시간일 것입니다.
인생의 흘러가는 순간순간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영화 '어바웃타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