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1997)이 저에게는 그런 영화입니다.
아들을 숨겨둔 채 나왔다가 아들이 보는 앞에서 나치군에 잡혀 끌려가면서도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우스깡스럽게 걸어가는 귀도(주인공, 로베르토 베니니 분).
인생을 담을 때 행복한 것만 담아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항상 유쾌한 청년 귀도는 그의 아내 도라를 만납니다. 도라는 기꺼이 귀도의 공주가 되어줍니다. 귀도는 특유의 기분 좋은 유머감각으로 도라를 기쁘게 해 줍니다. 집 안의 반대가 있기는 하지만 둘은 결혼하고 금세 조슈아라는 아들이 생깁니다.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가족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은 유태인 귀도와 그의 아들 조슈아가 잡혀가게 됩니다. 열차에 욱여넣듯 태워진 둘을 보고 아내 도라도 자진해서 수용소에 가게 됩니다. 열악한 수용소 생활에 아들이 무서워하지 않도록 귀도는 수용소 생활을 숨바꼭질 게임이라고 말합니다. 너무나도 힘든 생활 속에서도 조슈아만큼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귀도는 농담과 장난으로 조슈아를 기쁘게 해 줍니다. 그러던 중 도라도 함께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가 좋아하던 클래식을 몰래 확성기를 통해 틀기도 합니다. 이 음악으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된 노동으로 지친 귀도와 도라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이 미소는 전 수용소 죄수들의 얼굴에도 번집니다. 그렇게 귀도는 희망을 잃지 않고 항상 행복만을 바라보려 합니다.
사랑한다면 희망만큼은 잃지 말아야 한다.
같은 방을 쓰는 수용소의 죄수들은 모두 조슈아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조슈아가 경비군에게 발각되었을 때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조슈아를 나치군에 넘기려 하지 않습니다. 조슈아는 그들에게 한가닥 희망입니다. 조슈아는 순수성과 희망을 의미합니다. 그들 중 누구도 그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희망은 멀리 있는 행복을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망원경 같은 겁니다.
어느 날 수용소가 전투에 휘말립니다. 총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여기저기서 폭발음과 고함소리가 들립니다. 경비병들은 우왕좌왕합니다. 수용소 사람들은 탈출을 위해 이리저리 흩어집니다. 귀도는 조슈아에게 게임이 거의 끝나간다고 합니다. 내일 아침까지만 숨어서 들키지 않으면 우승하는 거고 상품은 탱크입니다. 우편함에 조슈아를 넣어두고 아내 도라를 찾아 나섭니다. 얼마 못 가 경비병에게 잡히고 끌려갑니다. 조슈아는 우편함 투입구로 이 모습을 모두 지켜봅니다. 귀도는 아들이 무서워하지 않도록 장난하듯 우스깡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골목 뒤로 끌려갑니다. 총소리는 들리지만 우리는 귀도의 마지막을 보지 않습니다. 감독은 귀도의 마지막은 조슈아도 관객도 보지 않기를 바란 겁니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희망에 관한 것이니 말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행복.
다음 날 우체통에서 잠든 조슈아가 깨어나 보게 된 것은 탱크입니다. 그건 게임이 끝났다는 거고, 이 상품은 조슈아의 것입니다. 기뻐하는 조슈아, 잠시 후 엄마 도라를 만나게 됩니다.
조슈아는 아버지가 준 최고의 선물이라는 말을 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과 사랑이란 것의 무한한 힘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고입니다.
여담으로 귀도 역을 맡은 로베르토 베니니는 감독과 주인공을 모두 맡아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귀도의 사랑스러운 장난과 농담이 빛날 수 있었던 건 스스로 자신이 가장 사랑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감동스러웠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97)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