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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사] 잘 되면 장르를 넘나드는 것, 안 되면 어중간한 장르의 짬뽕

by 어커스틱 202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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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천박사 퇴마연구소, 강동원 주연, 98분

 

총평 -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영화

총평을 먼저 하고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는 너무 기대하고 보면 실망스러운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배우들이 오래되면 그들만의 이미지가 굳혀지게 됩니다. 강동원과 이동휘에게서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능청스러운 연기와 위트 넘치는 대사들일 겁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그들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국에서 늘 먹던 아메리카노의 맛이 뉴욕에서도 똑같이 난다면 약간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애써 같은 맛을 느끼기 위해 찾아가는 스타벅스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전우치' 같기도 하다가 '시실리 2km' 같기도 하다가 '서유기' 같기도 한 영화, [천박사]입니다. 

 

뻔한 스토리, 뻔한 캐릭터들.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가 자신의 조수와 함께 거짓 퇴마를 하고 다닙니다. 능청스런 연기와 특수효과의 적절한 사용으로 사람들을 꾀어내는 천박사입니다. 그러다 너무나도 우연히 귀신을 볼 수 있는 유경의 의뢰로 찾아간 유경의 집에서 그녀의 동생에게 씐 귀신과 대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실 영화라는 것의 주도권이 감독에게 있기는 합니다 .관객은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영화에서 제공하는 내용을 보고 한정된 정보 안에서 상상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사실 초반 설정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귀신을 볼 수 있는 유경이 가짜 퇴마사를 못 알아봤을 리 없을 텐데 어찌 천박사를 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사건을 개기로 천박사는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이 자신의 할아버지와 동생을 죽인 범천-그는 신이 되고자 하는 반은 귀신인 존재입니다.-이라는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천박사는 퇴마용 검을 다룰 줄 알고 유경은 귀신을 볼 줄 알고, 마침 유경의 동생을 잡아간 귀신의 존재가 천박사의 적이었기에 서로 힘을 합칩니다. 정말 대단한 우연입니다.

아무튼 여차저차 하여 찾아간 동굴에서 천박사와 범천은 싸움을 하게 되고 천박사는 할아버지도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내면서 복수에 성공하고 유경은 동생을 구합니다. 

정말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콜라보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모든 전형적인 것들이 관객들에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관객동원수 190만이 넘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영화라는 건 어렵게 접근할 필요가 없는 매체입니다. 그저 재미를 느꼈다면 그것으로 된 것입니다. 

 

무서운 영화 아니고요, 재밌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주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조연입니다. 주연이 해주지 못하는 것을 조연은 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의 과거를 대신 관객들에게 얘기를 해준다거나, 주인공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맞장구를 쳐줘서 더욱 맛을 살린다던가, 큰 위기를 겪으면서 주인공에게 커다란 동기부여를 해준다거나 하는 등입니다. 천박사의 조수로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기술적인 장치나 유튜브 등을 담당하는 인물로 천박사의 과거 따위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위에 언급한 내용들 중 주인공의 연기에 맞장구 쳐주는 역할 정도를 수행합니다. 범천과의 첫 전투 후 영화는 약간의 무게감을 갖기 시작하는데 이야기가 무거워지려고 하면 애써 막아서며 멍청한 농담이나 행동들을 하는 것이 인배역할의 이동휘 배우입니다.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이동휘 배우의 매력이라면 재밌는 애드리브를 들 수 있는데요. 이 영화에서의 인배는 계속해서 외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 무서운 영화 아니고요, 재밌는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재밌다고 느꼈다면 그것이 맞습니다.

가끔 영화를 대할 때 필요 이상으로 이상한 점이나 옥의티 등을 잡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우리가 영화를 보는 것은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무서운 영화 건 상관없이 말입니다. 개연성이나 캐릭터의 아쉬움 등을 뒤로하더라도 이 영화가 그만큼의 관객들이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느꼈듯 영화가 재밌기 때문입니다. 쉬지 않고 넘어가는 이야기의 전개도 좋았고, CG의 적절한 활용도 좋았습니다. 캐릭터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강동원과 이동휘에게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재미는 충분히 표현된 것 같습니다. 익숙한 된장찌개를 타지에서 먹었을 때의 익숙함 같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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