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 그는 바보지만 달리기 하나만큼은 정말 잘합니다.
영화 한적한 시골마을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포레스트 검프가 옆에 앉아있는 흑인 여성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계선 지능장애를 안고 태어난 검프, 허약체질인 검프는 다리 교정기를 달고 다녔고 그 모습은 매우 우스깡스러웠다. 매일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의 첫사랑 제니 만이 그에게 친절히 대해 주었다. 어느 날 괴롭힘을 당하는 검프를 향해 "Run! Forest! Run!!"이라는 제니의 외침이 들리고 그대로 뛰기 시작하는 검프는 자신의 달리기 재능에 눈을 뜨게 된다. 이 능력은 매우 초인적이어서 대학에 까지 스카우트되어 미식축구를 하게 되는데 규칙 따위는 모르더라도 달리기 하나만은 너무도 빨라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게 된다. 포레스트는 생각을 깊이 하지 못한다. 그는 매우 단순하다. 복잡하게 주변을 살피지 않는다. 단순히 제니를 아프게 했다는 이유로 제니의 남자친구를 걷어차버리는 포레스트이다. 왜 그랬냐는 제니의 물음에 "널 아프게 했다."는 단순한 대답이 돌아온다. 항상 거절하는 법이 없던 포레스트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달리고 또 달려 다수의 동료들을 구해낸다. 특히, 두 다리를 잃어버린 댄 중위마저 구해내는 포레스트. 포레스트는 많은 동료들을 구출해 내고 전쟁영웅이 되어 대통령까지 만나게 된다.
전쟁시절 농담처럼 던졌던 새우잡이배 사업을 시작하는 검프, 두 다리를 잃어버린 댄 중위도 함께한다.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동료 바버와의 장난 같은 약속을 지킨 것이다. 새우잡이배 사업은 만만하지 않았지만 결국엔 행운까지 따라주며 성공을 거둔다. 무엇보다도 두 다리를 잃고 절망 속에 살던 댄 중위까지도 안정을 되찾은 것이다. 회사를 차린 둘은 백만장자가 되었고 더 이상 돈을 벌 필요는 없게 되었다. 검프는 엄마의 임종을 받아들이고, 제니와도 또다시 만나지만 결국엔 다시 헤어지고, 검프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많은 이들의 검프의 순수하고 단순하면서도 긍정적이고 꾸준함에 영감을 얻고 스스로 원하는 답을 얻어나갔지만, 이제는 달리는 검프와 함께 달리며 그에게서 영감을 얻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다. 검프는 단순히 떠나버린 제니에 대한 공허함으로 시작한 달리기였는데 말이다. 3년이 넘는 시간을 달렸다. 그의 추종자들이 제법 많아졌다.
"무척 피곤합니다.... 이제 집에 가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그의 버스정류장에서의 과거 회상은 끝이 난다. 그는 제니를 만나러 온 것이다. 늘어난 청중의 조언으로 제니의 집이 걸어서 근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뛰어가는 검프. 제니와 재회한다. 제니는 그와 같은 이름을 가진 아들이 있다. 검프의 아들인 것이다. 그렇게 제니와 검프는 여러 번의 만남과 헤어짐 끝에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제니는 병으로 죽고 검프는 그의 아들과 함께 삶을 이어나간다.
세상을 항상 단순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검프, 그는 가만히 멈춰있는 대신 계속해서 움직이는 꾸준함을 보여준다. 그 망설임 없는 꾸준함이 성공을 만들어낸다. 그 성공은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검프의 주변은 온통 행복으로 가득하게 된다. 중간중간 우연과 행운이 검프를 돕는다. 그것마저도 '끌어당김의 법칙' 정도로 설명되는 것은 아닐까.
복잡하게 살 것 없다. 단순하게 살자.
무엇 하나를 하더라도 해야 할 이유부터 찾는다. 그래서 무엇도 시작하지 못한다. 내가 그렇다. 도화지에 가로로 붓을 한 번 긋더라도 이유가 필요하고, 글을 쓸 때도 나의 문장은 하나하나 이유와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 하나를 완성하지 못했고, 그림 하나를 완성하지 못했다. 요즘에서야 이 영화의 메시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너무 오래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이유 따위 설명할 필요 없다. 하고 싶은 일단 해보면 그만이다. 단순하게 살자. 끌리는 일을 하자. 그리고 이유를 찾자.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면 이유는 필요하니까. 하지만 내가 시작하기에 이유는 필요 없다. 세상은 단순하게 보면 단순하다. 자영업이든 기술자든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능력이 오르면 오를수록 일을 단순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도 그러하자.
Run! Forest! Run!!!
제니의 단순한 외침!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외침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아메리칸드림이 통하던 시대.
이 영화가 개봉했던 1994년만 해도 아메리칸드림이 아직 살아있던 시대였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웬만한 할리우드의 고전 명작들이 갖는 애국주의와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키워드들은 영화 감상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 중에 하나이다. 이 영화는 그래도 귀여운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미국 근대사 커다란 사건들에 검프라는 순수한 청년이 영향을 미치는 장면들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표현하였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고, 애플의 주식을 사고, 티셔츠 히트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등의 일들 말이다. 어쨌든 검프라는 청년의 매력과 이야기의 재미와 감동으로 인해 그런 저변에 깔린 사상들은 무시되어지는 듯하다. 미국이 최고라는 식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 영화는 아니기도 하다.
지금은 영화 산업에 중국자본도 많이 들어와 있기도 하고 세계 영화계의 수준이 많이 높아지기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미국만이 세계 최고라는 식의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나 대부분 메이저 기획사라고 알고 있는 영화사들의 대부분에 중국 자본들이 흘러들어 가면서 시나리오에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글을 다 쓴 지금 생각해 보니 무슨 자기 계발서 같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