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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호수] 절대로 해피엔딩이라 부르지 마라

by 어커스틱 2024.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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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호수, 2021년, 117분

어떻게 영화를 감상할 것인가?

결론은 그냥 편한 소파에 앉아 가장 편한 자세로 팝콘과 음료를 즐기며 보면 됩니다. 영화든 음악이든 책이든 그저 자기가 맘에 드는 공간과 자세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영화 시청 전 약간의 내용을 알고 있는 것도 영화를 더욱 즐겁게 보는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영화를 본 후에 커뮤니티 등에서 감상평을 서로 나눈다거나 매력을 느낀 배우에 관해 찾아보는 등의 행위를 해보면 더욱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 글을 계속 쓰기 위해 다음 영화는 뭘로 할까를 정할 때 배우를 검색해 본다거나 영화의 주제를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는 등의 활동을 합니다. 이 영화의 경우는 드라마 영화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고 검색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에 관한 짧은 이야기

어디선가 봤던 스틸컷 속 남자주인공의 인상이 너무도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스티븐 전, 81년생,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 이전에도 트와일라잇 등의 영화에 출연을 다수 하였지만 생소합니다. 경력을 찾아보면 파친코의 일부 회차를 연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참고로 한국 이름은 전지태라고 합니다. 최근엔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는 등 많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 아동이민법의 허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의 아이러니가 낳은 비극.

안토니오 르블랑, 그에겐 임신한 아내 캐시와 의붓딸 제시, 아내 뱃속의 아기까지 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사건에 휘말리고 경찰서에 가게 됐는데, 영문도 모른 채 이민국에 끌려갑니다. 처음으로 그는 자신이 시민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30년이 넘게 살아왔고 결혼까지 했지만 결국 그는 미국인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한국인도 아닙니다. 그는 가족을 지키려 변호사를 찾아가지만 비싼 비용에 망설입니다. 희박한 희망에 가족 양육비를 탕진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안토니오는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가족과 헤어집니다. 아내는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하지만 결국은 안토니오의 만류에 포기합니다. 결국 그들에게 남은 건 서로에 대한 강한 사랑과 안토니오의 돌아오겠다는 약속뿐입니다. 안토니오의 눈물을 머금은 미소와 함께 하는 약속 때문에 잠깐이나마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가 돌아올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 이건 해피엔딩이라 부르지 않겠습니다.
안토니오가 추방당하게 된 데에는 경찰인 캐시 전남편의 질투가 한몫을 합니다. 그는 캐시와의 재회를 원하지만 안토니오의 존재가 방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알고 있는 그의 직장동료경찰이 안토니오를 불법체류자로 이민국에 넘긴 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전남편은 안토니오를 위해 그의 가족을 지키겠노라고 이야기합니다. - 어렸을 때 미국으로 넘어왔지만 입양되지 못해 시민권을 가지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미국의 아이러니한 태도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이건 좀 아쉽더라. 감독의 시선

감독은 어떤 시선으로 어린 시절 입양되어 온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안토니오의 직업이나 주변 환경들이 모두 불법 입양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한 중간중간 삽입되는 숲 속 안개 낀 호수 위의 배와 한복을 입은 채 물 위에 누워있는 여인의 모습 등은 안토니오의 입양 전 기억을 형상화하는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한국의 과거 조선시대 모습이기도 하고, 혈육에 대한 그리움인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그리움인지 애매하게 담긴 것 같아 아쉽습니다. 또한 이 영화의 강점 중 하나는 인물들에 집중했고 최대한 현실적으로 담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 보이는데 이런 애매한 미장센이 강조된 장면이 중간중간 삽입되면서 몰입에 방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거칠지만 감동적인,
'미나리'의 흥행에 얼떨결에 올라타 칸영화제에까지 초청된 영화 '푸른 호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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