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위한 사랑에는 어떤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
이 영화의 내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 샘이 양육권을 빼앗긴 딸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내는 애만 낳고 떠나버렸고, 샘은 어린 딸의 이름을 루시라고 짓고, 둘 만의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샘은 주변의 도움으로 루시를 건강하고 밝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됩니다. 루시가 커가면서 어느새 샘의 지능을 뛰어넘게 되고 루시는 두려워 일부러 수업을 게을리합니다. 이에 사회복지사가 가정방문을 하고 샘은 아빠로서의 양육 능력이 없다는 선고를 받게 됩니다. 루시는 시설로 옮겨지고, 샘은 루시를 되찾기로 결심합니다.
승승장구 중인 변호사 리타를 만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리타는 일은 잘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다는 평판을 깨기 위해 무료 변호를 맡아준다는 공고를 냈고, 이를 보고 찾아온 샘을 내칠 수 없었던 리타는 사건을 맡게 됩니다. 샘의 경제적, 지적으로 양육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힘듭니다. 샘의 친구들은 대부분 샘과 같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외출기피증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루시를 위해서도 제대로 된 환경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법정과 주변 사람들의 설득에도 샘은 한 번도 설득되지 않습니다. 샘은 루시도 자신과 같이 함께 하기를 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시양부모의 집에 찾아간 샘은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고, 집도 근처로 얻습니다. 매일 찾아가 샘은 자신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루시 또한 샘의 집에 몰래 가서 잠을 잔다던가 합니다. 양부모는 자신들이 줄 수 없는 사랑이 샘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샘의 부성애는 주변 사람들을 모두 물들입니다. 외출공포증의 애니-루시의 어린시절 양육을 도와준 은퇴한 피아니스트-가 외출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고, 리타가 성공에 매몰되며 소홀히 했던 가족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불리할 것 같던 재판은 임시양부모의 결정으로 루시와 샘은 다시 함께 살게 됩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유년시절의 달콤한 추억을 쌓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믿음.
샘이 루시의 양육권을 잃고 좌절하는 장면이 잠깐 나옵니다. 이 장면이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불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샘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루시를 사랑합니다. 루시 또한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자신도 루시도 서로 함께 할 때만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루시의 미래를 위해서 제대로 된 양육 환경에서 커야 한다는 사람들의 말 따위는 신경 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샘이 스스로의 고민을 털어내고 루시에게 다가갔을 때 루시는 왜 이제 왔냐며 타박을 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샘이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루시에게 사랑을 많이 줄 자신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저는 루시를 돌볼 자신은 없지만 누구보다도 많은 사랑을 줄 자신은 있습니다.
누구는 바보가 되었고, 누구는 천재가 되었다.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연기를 너무 잘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연기를 잘 하기로 유명한 숀 펜과 미셀 파이퍼 등은 정말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로 숀 펜을 처음 접한 관객들은 숀 펜이 정말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숀 펜의 바보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솔직히 이후의 영화들에서 숀 펜이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할 때마다 가끔 샘의 얼굴이 떠올라 몰입에 방해가 될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미셀 파이퍼가 맡은 맡은 리타 역할은 일 때문에 가족관계가 틀어져 버린 변호사지만 샘의 순수함에 동화되어 가족을 뒤돌아 본다는 역할입니다. 가장 관객이 동감할 만한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는 하지만 어느 순간 우선순위가 뒤바뀌어 버린 것을 알게 되었고, 이미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미셀 파이퍼의 아내이자,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운 표정은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습니다.
루시 역할의 다코타 패닝은 이 영화가 그녀의 첫 데뷔작이었습니다. 당시 나이는 만 7세. 그저 감탄사만 절로 나올 뿐입니다. 누구도 그녀가 천재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영화계에는 가끔씩 어린 나이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마치 인생 2회 차를 살고 있는 듯 자신이 하는 것이 연기이고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고 있는 듯말입니다.
비틀즈의 음악으로 가득 채워진 영화
영화 전반적으로 비틀즈의 음악이 많이 쓰였습니다. 샘은 자신의 딸 이름을 비틀의 음악 ' Lucy in the sky with the Diamonds'에서 따왔습니다. 숀 펜의 친 형 마이클 펜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편곡에 참여하여 비틀즈 헌정 앨범 'I Am Sam'이라는 OST를 발매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비틀즈하면 노래는 몰라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풍선을 든 맴버들의 측면 사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이런 장면들도 오마주하고 있습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흐르는 비틀즈 음악을 듣는 것도 하나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보면서 펑펑 울었던 영화 'I Am Sam.'입니다.